2001/09/03 (00:20) from 211.200.228.98' of 211.200.228.98'	Article Number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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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공포, 그리고 대처....

아래의 글은 2001년 8월5일 양산의 오봉산에서 경험한 글입니다.

8월5일 바람은 거의 없는 맑은 날씨다. 약간의 구름만이 있을뿐
11시쯤 장비를 챙기고 오봉산으로 향했다.
오봉산은 예상과 달리 비행하기에 좋은 바람과 열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에는 비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하고 시원한 바람과 먼저 온 팀들의 비행하는 모습이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한사람씩 이륙장을 떠나는데 저멀리 금정산쪽에서 먹구름이 형성되고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비구름이 몰려오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 같아 남은 분들과 비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귀접기에 들어갔고 최대한 먹구름을 피해 움직여 봤지만 이미 늦었다. 순식간에 구름속에 갇히고 무전으로 스쿨장의 지시를 받았다. 스파이럴을 시작하는데 약하게 들어가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것.
처음 오른쪽을 50%정도 내려 서서히 시작했다. 그리고 왼쪽 견제을 풀고 오른쪽을 허리근처까지 내렸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속도와 얼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정신차려야 한다는 말만 되새기며...
나는 곧 두손 모두 만세를 하듯 최대한 들어올렸고 캐노피가 앞으로 심하게 쏠렸다. 몸은 빠른 속도로 아무런 저항없이 떨어졌다. 캐노피가 어떻게 회복될지도 문제다. 피칭이 심하게 들어올건지...
상승기류가 강해서일까 한없이 떨어질 것만 같던 몸은 별다른 피칭이나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고 캐노피가 회복되면서 올라가는 느낌만 들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바리오가 없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를 알 수 없었고 고도가 얼마인지도 느낄 수 없었다.
스쿨장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리고 다시 시도를 했다. 이번엔 꼭 내려가야 한다. 오른쪽 브레이크손잡이를 허리까지 내리자 엄청난 힘이 온몸을 감싸고 튕겨나가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캐노피가 내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몸은 의자에 안아있는 듯하다. 브레이크줄을 잡고 있는 오른쪽 손에 힘이 느껴졌다. 몇번을 돌았을까. 오른손이 풀리고 다시 만세를 하듯 두손을 올렸다. 그래도 몸은 계속 돌고 있고 잠시후 앞으로 쏟아지든 캐노피는 언제 그랬나는듯 다시 회복되었다.
이제 무전도 들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었든것 같은데 지금 어디쯤일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떨어지다 다시 올라오고 이것이 반복되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보자. 다시 스파이럴에 들어갔다. 오른쪽 손이 떨리는 느낌이다. 두손으로 붙잡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끝까지 버텨야한다. 그럴수록 온몸에 느껴지는 힘을 감당할 수 없다. 굵은 빗줄기가 얼굴에 부딪치는 것이 아프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몸이 허공을 가로질러 거꾸로 뒤집히는 느낌이다. 회전할때 받던 힘은 느껴지지 않았고 빠른 느낌도 아니었다. 천천히 공중으로 하네스나 캐노피가 없는 맨몸이 거꾸로 도는 느낌이다. 캐노피는 다시 회복되었고 나는 예비낙하산을 확인했다.
이젠 믿을 것이 이것뿐이구나. 한숨 돌린 다음 주저없이 손잡이를 힘껏 당겼다. 펴져야할 예비낙하산은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흔들어봤지만 비에 젖어서인지 풀리지 않는다. 급박한 상황이 아니어서 줄을 당겨 예비낙하산을 손에 들었다. 머리 위에 캐노피가 멀쩡하고 계속 상승하는데 이 예비낙하산이 펴질까. 예비낙하산이 펴질려면 힘을 받아야 할것 같은데...
걱정반 믿음반으로 예비낙하산 뭉치를 옆으로 떨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몸은 잠시 떠오르는 듯한데... 무슨일일까!! 예비낙하산이 펴지고 하네스 뒤가 들리면서 헬맷을 조금 건드린 것이다. 생각할 틈도없이 예비낙하산이 펴진 것이다. 한번도 펴본 적이 없었든 그리고 영원히 펴는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다시한번 무전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무전기를 찾았는데 보이질 않고 풀려진 끈만이 메달려있다. 예비낙하산에 걸려 떨어진것 같진 않은데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예비낙하산이 펴지자 캐노피가 서서히 내려왔다. 산줄 몇가닥이 목덜미에 걸려있어 예비낙하산과 엉키지않게 해야 했다. 굵은 빗줄기와 함께 바람도 거세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팔로 몸을 감쌓다. 발밑에 있는 캐노피가 바람을 받아 심하게 흔들렸다. 예비낙하산도 따라 흔들리는것 같다. 캐노피를 끌어당겨 봤지만 비에 젖고 바람도 세게 불어서인지 쉽게 당겨지지 않았다. 몸은 위로 올라가는 예비낙하산과 바람에 밀려가는 캐노피사이에서 대각선이 되었고 캐노피를 다올리고서야 안정이 되었다.
이제 할수 있는 것이 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것이 없다. 예비낙하산도 계속 올라가는 느낌이다. 착륙장근처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조종줄도 보이지 않았고 있다해도 캐노피를 안고있으니 불가능하다. 캐노피를 내려놓으면 바람에 더멀리 쓸려갈것 같아 놓을 수 없었다. 몸으로라도 조종이 될까해서 몸부림쳤다. 빗방울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가면 착륙장일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힘들기만할뿐...
캐노피를 안고 있는 동안은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지만 비에 젓은 캐노피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랜시간은 아닌것 같고 시간개념이 없다. 보이는 것은 회색빛 구름뿐인데. 예비낙하산이 제자리에서 천천히 맴돌기 시작했다.
캐노피를 더이상 안고 있을 수가 없다. 조금씩 삐져나온 것이 바람을 받아 더 힘들게 했다. 손에서 떨어져나간 캐노피는 다시 바람에 흔들거렸다. 안고있을 때는 몰랐는데 몸이 끌려가는 것을 볼때 바람이 세게 부는것 같다. 나는 캐노피를 버리기로 마음먹고 카라비나의 연결고리를 열어 캐노피를 제거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지막 악세레다에 남은 한가닥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캐노피의 모든 힘이 그곳에 집중되었고 한가닥만 걸려있어서인지 더 심하게 흔들렸다. 나는 두손으로 연결고리를 돌려서 캐노피의 힘으로 떨어져나가도록 하였다. 비에 젓은 캐노피는 검은 구름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제 안심이다. 예비낙하산이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서 천천히 맴돌기 시작했다. 천둥소리도 들렸지만 바로 옆은 아닌 것 같다. 하늘이 밝아졌다. 아니 구름속인것 같은데 하얀색의 밝은 느낌이다. 비도 조금씩 내렸다. 아래로 떨어지는 빗물방울들이 하얀 구슬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조금 답답하다. 속도 메스껍고...
예비낙하산에 조종줄이 있다고 들었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산줄근처에 분명 있을거라 생각되어 손을 뻗었다. 그때 조종줄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종줄을 최대한 잡아당겼다. 몸이 심하게 떨려서 두손을 깍지끼고 다시 최대한 잡아당겼다. 기분일까!! 올라간다는 느낌은 없었다. 눈을 감고 오직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려갈 수 있는 방법만을 생각했다.
다시 주위가 어두워지고 비가 거세게 몰아쳤다. 섬광이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만 같고 그때마다 주위가 훤해졌다. 추위는 더 심해졌다.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팔을 몸을 최대한 붙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기 위해 발끝까지 펴고 예비낙하산 조종줄도 최대한으로 당겼다. 외국의 경우처럼 거대한 적란운은 거의 없다고 하니 곧 내려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추위에 견디기 힘들었다. 천둥소리나 섬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래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회색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리고 산과 조그만 마을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꼭잡고 있던 조종줄을 놓고 글라이더를 조종하듯 견제상태로 들어갔다. 떨어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느껴졌지만 발아래 보이는 나무들이 울창해 보여 안심이었다. 예비낙하산이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발을 모아 가지들을 차며 최대한 충격에 대비를 했다.
내려온 기쁨보다 추위와 메스꺼움으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게 느껴졌다. 연락하려 했지만 전화기마저 물에 젖어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스럽게 가까운 곳에 농장이 있어 그분들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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